2015년 창업한 아치센은 싱가포르 농업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농업 테크 스타트업이다. 실내 수직 농업 기업으로는 가장 앞선 기술과 전통적인 농장의 약 40배에 달하는 높은 생산량을 자랑한다. 근거리 재배 솔루션으로 현재 싱가포 르 내에 연간 100톤 정도의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. 이 회사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로 요약된다. 첫째, 토지와 노동력이 비싼 도시 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 션에 집중했다. 둘째, 사업 초기부터 전용 R&D 시설을 갖추고 최적화한 제어 시스템을 개 발해 실내 채소 재배 효율을 극대화했다. 셋째, 선주문 제작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고, 무 농약 채소 태그라인으로 브랜딩을 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차별화했다.
싱가포르 식량 자급률 10% 미만, 식량 안보 위기 주요 정부 과제로
싱가포르는 2020년 3월 식료품과 생필품 사 재기 현상을 겪었다. 이런 해프닝에는 다 이유 가 있었다. 식료품을 상당수 수입하는 인접국 말 레이시아의 봉쇄 조치로 인한 불안 심리가 작용 했기 때문이다. 싱가포르는 2018년 기준 1인당 GDP 6만5000달러로 부국이지만 한 가지 큰 약 점이 있다.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 90% 이상을 수입한다는 점이다. 현재 싱가포르는 채소 소비 량의 13%, 생선 9%, 달걀 24%만을 국내에서 생 산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소비되는 식품의 90% 를 수입해 식품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.
사실 식재료 사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.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 기 간, 싱가포르의 수입 식품 가격이 급등했고, 사재 기 같은 공황적 행동이 발생했다. 이후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의 식량 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수입 식품에 크게 의존하는 근본적인 문 제를 다루지 않은 채 수입 채널만 다각화하는 대 응 방안을 세웠다. 이번에도 싱가포르에 계란을 주로 공급해온 말레이시아가 봉쇄되자 대체 공 급처로 근접 국가인 태국부터 멀리 덴마크까지 11개 국가로 확장, 계란 긴급 확보에 나섰다.
이런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는 2019년 3월 2030년까지 국내 생산을 통한 식품 공급을 현재 10%에서 30%까지 확대할 계획이 라고 밝혔다. 이에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10 년이 채 남지 않은 현재,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주요 식량인 잎채소와 생선, 달걀 3가지를 자급 품목으로 우선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. 한편 싱가포르 내 식품 생산의 한계점으로는 숙련된 노동자의 부족과 높은 토지 가격을 꼽았다.
정부의 투자도 꽤나 적극적이다. 자국 생산 식품을 늘리기 위해 식품 관련 연구개발에 1억 4400만 싱가포르달러(약 1200억 원), 농업 회사 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도입 지원에 6300만 싱가포르 달러를(약 530억 원) 지원하기로 했다. 또한 기존 식품안전과 동물 위생 규제를 통합해 관리하던 싱가포르 농식품수의청(AVA)의 개편 을 통해 2019년 4월1일부로 식품 안전 및 보안 감 독기관인 싱가포르 식품청(SFA)을 신설했다. 싱 가포르 식품청은 2020년 4월 국내 농업생산자의 생산 가속화를 위해 3000만 싱가포르 달러를(약 250억 원) 지원하는 30×30 Express Grant를 발표했으며 현재 제품 포장 겉면에 ‘싱가포르산 농산물’임을 표기하는 제도를 통해 자국 생산 식 품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.
싱가포르 식품청은 싱가포르 식품 공급의 주 요 위험 요인을 아래와 같이 구분하고 있다.
수입국의 식품 관련 질병과 문제로 식품 공급량 부족
수입국의 수출 제한으로 식품 공급 중단
인접국과의 정치적 변화로 인한 공급 차질
가장 큰 문제는 싱가포르 국토 면적은 서울시 의 약 1.2배 크기 정도인데 이 중 농업용 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% 정도라는 것. 이런 배경에 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도시 농업이 다. 싱가포르의 토지 부족을 해소하고 전통적 농 업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한 도시 농장이 싱가포르의 주거 및 상업 지역 곳곳에 설 립되고 있다.
싱가포르에 적합한 수직농업 제안한 스타트업 ‘아치센’
싱가포르의 농업에는 여러 가지 문제이 잠재 돼 있다. 물과 토양의 부족, 한정된 국토로 인해 토지 비용이 높은 것은 물론 농업 전문 인력도 모 자라다.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직 농업, 수 경 재배, 실내 농장 등의 기술을 활용한 농업 테 크 회사들이 도심 속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.
2015년 창업한 아치센(Archisen)이 바로 이 러한 농업 테크 기업이다.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서 실내 수직 농업으로서 가장 앞선 기술과 높은생산량을 자랑한다. 근거리 재배 솔루션 개발과 운영을 통해 현재 싱가포르 내에 연간 100톤 정 도의 신선한 채소를 공급한다. 싱가포르의 대형 마트들과 온라인 신선 식품 플랫폼인 레드마트 (Redmart), 푸드판다(Food Panda) 등을 통해 판매한다.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로도 납품을 하 고 있다.
아치센은 기존 농장보다 40배 높은 수확량을 거두고 있어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수확량을 자랑한다.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무려 50여 가 지의 고품질 채소를 생산한다. 이 회사의 전략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.
1. 현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
아치센 공동 창업자인 빈센트(Vincent)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기계공학 학위를, 스븐 (Sven)은 난양 이공대학 NTU에서 생물 과학 학 위를 받았다. 이들은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농장의 스마트 농업 인프라에 필 요한 각종 센서 등을 개발, 야외 농장의 수확량 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.
하지만 기존 농업의 더딘 발전 속도에 한계를 느꼈다. 또한 싱가포르 농산물의 90%를 해외에 서 수입하는 의존도를 과감하게 낮추기 위한 솔 루션을 만들어보고 싶은 도전 의식도 커졌다. 그 래서 이들은 2015 년부터 아치센을 설립하고 싱 가포르의 농업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 했다.
싱가포르 같은 도시 국가의 토지와 노동력은 일반적으로 매우 비싸기 때문에 실내에서 채소 나 곡물을 재 하는 수직 농장이 유일한 해답이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. 또한 높은 마진의 작 물에만 집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인구 가 자주 구매하는 50종의 작물에 집중해 현지화 한 비즈니스 전략을 펼쳤다.
아치센은 싱가포르 정부의 2030년까지 식품 국내 생산 30%를 달성하겠다는 ‘30 by 30’ 전략 계획의 주요 업체로서 적극적인 투자와 생산 확 대를 통해 2022년까지 싱가포르 내 채소 공급의 5% 이상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. 싱 가포르 내에서 소비되는 채소가 연간 10만 톤 정 도 되는데 아치센에서는 연간 최소 5000톤 이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. 더 나아가 아치센은 비슷한 니즈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 다른 국가들 에서 실내 버티컬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많은 고객에게 가장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채소를 제 공할 계획이다.
2. 농장 최적화로 생산성 극대화
아치센은 실내 채소 재배 농장의 생산성을 높 이고 작물 수확량을 최적화하는 데 주력한다. 6년 전 사업 초기부터 전용 연구개발(R&D) 시 설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. 구체적으로 예를 들 자면 작물 레서피 데이터베이스 확보부터 각 작 물의 성장 단계(발아, 생장, 과실 단계)에 맞는 조명의 세기와 방사율 조정, 습도, 온도 등을 각 종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해 실시간으로 조 절한다. 전력 효율성이 좋고, 방사 발열이 낮으 며, 수명이 긴 LED 광원을 사용해 비용을 낮췄 다. 아치센에서 연구 개발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화한 제어 시스템을 개발해 실내 채소 재배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. 태국이나 말 레이시아 등 인근 기존 가에서 재배해서 수입 해 들어오는 채소들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에 서 밀리지 않는다. 향후 재배와 수확에 활용할 로봇 또한 개발 중이다. 이를 통해 면적당 생산 성을 3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 고 있으며 인건비 또한 50%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.
3.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전통 농장 대비 비용 절감
아치센은 싱가포르 인근 국가에서 국경을 넘 어오는 기존 농가 제품들과 달리 싱가포르 국내 에서 선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한다. 운송, 보 관, 재고 관리, 작물 손실 등의 비용을 현저히 낮 출 수 있었다. 또한 기존 가들이 유기농 채소 라고 판매하는 제품들까지 유기농 전용 농약을 사용하는 등 사실상 농약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아치센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 다. 무농약 채소(pesticide-free vegetables) 태그라인을 통한 브랜딩도 인기가 높다.
물론 아치센과 함께 농업 테크 산업에서 경쟁 하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들도 많다. 창업한 지 8년 된 서스테니르(Sustenir)가 대표적이다. 싱 가포르 국부 펀드인 타마섹의 투자도 받았지만 케일 한 가지 작물만 생 에 성공했으며 이제 상 업화 단계에 진입했다.
이렇듯 싱가포르는 현재 국가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혁 신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선정해 적극적으로 지 원한다. 이 덕에 자국의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이 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과 네트워크 를 보유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있다. 농업 테크, 푸드 테크는 싱가포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한국의 기업과 인재들도 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 을 수 있을 것 같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