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9년 창업한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‘줌벳(ZumVet)’은 코로나19 록다운으로 동물병원 방문이 어려워진 틈을 타 급성장한 동남아 최대 반려동물 원격진료 플랫폼이다. 이 플랫 폼을 이용하면 집에서 반려동물과 주인이 화상으로 수의사의 진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필요한 약을 처방, 배송받을 수 있다. 동남아의 반려동물 시장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빠르 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낮은 처우로 인해 수의사 공급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 다. 이에 줌벳은 근무시간의 자율성과 낮은 물리적 제약 등의 장점을 앞세워 수의사 인력 을 확보하고 반려동물들의 경미한 증상이 치료 적기를 놓쳐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. 나아가 헬스케어를 넘어 반려동물의 웰니스와 라이프스타일까지 챙 기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.
2020년 초, 코로나19로 인해 싱가포르가 록 다운(lockdown)을 시작하면서 싱가포르 수의 사들은 입원할 정도로 심한 질환을 앓거나 응급 한 상태의 반려동물만을 진료할 수 있게 됐다. 이로 인해 약 30만 마리로 추정되는 싱가포르 반려동물의 주인들은 아픈 반려동물들을 제때 돌보지 못할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. 이런 록 다운의 상황은 오프라인 반려동물 진료 서비스 의 온라인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으며 팬 데믹 위기를 틈타 급성장한 싱가포르의 스타트 업이 2019년 설립된 ‘줌벳 (ZumVet)’이다. 디 지털 전환의 흐름에 발맞춰 성장한 줌벳은 100 명 이상의 수의사를 모집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플랫폼이다. 이 플랫폼에서는 반 려동물과 그 주인들이 집에서 편하게 화상으로 수의사의 상담 및 진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. 또한 수의사들의 진단이 이뤄진 뒤 필요한 약은 처방과 함께 싱가포르 전역에 3시간 내 신속하 게 배송된다.
급성장하는 동남아 반려동물 시장 겨냥
물론 코로나 이전부터 전 세계 반려동물 시장 은 급팽창하고 있었고 코로나는 이를 앞당겼을 뿐이다.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국의 반려동 물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9000억 원에서 2027 년 6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. 또 한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(APPA, American Pet Products Association)에 따르면 미국에 서는 2019년 기준 반려동물 산업 소비 지출액 이 957억 달러로 한화로 약 100조 원을 돌파했 으며 2020년에는 시장이 990억 달러(약 112조 원)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. 여기에 코로나 사 태 이후 가정 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미국인 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반려동물을 많이 입양하면 서 반려동물 돌봄 가정이 증가했다. 자연히 반 려동물을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 트렌드 도 더 빨라졌다. 수의사들의 협회인 Humane Society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의 전무 이사 팜 륀퀴스트(Pam Runquist)는
‘USA Today’와의 인터뷰에서 “코로나19의 영 향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 다”며 “보호소에 남아 있는 반려동물이 줄어들 었을 정도”라고 말했다.
이런 트렌드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 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는 반려동 물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. 유로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북미, 서유럽, 호주 등 선 진국의 경우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크지만 시장 이 성숙한 만큼 성장률은 낮은 편이다. 주인들이 반려동물 한 마리당 연간 30만∼35만 원을 지출 하는데 이 비용의 연간 증가율은 10% 미만이다. 반면 동남아시아, 아프리카, 남미 등은 반려동물 한 마리당 주인들이 아직 연간 10만 원 이하를 쓰고 있긴 하지만 이 지출 규모의 성장률은 두 자 릿수로 매우 크다.
수의사 부족으로 인한 미충족 니즈 해결
하지만 반려동물 시장의 고성장에 가려져 사 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은 지난 10년간 동남아시 아에서 수의사 부족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 다는 점이다. 동남아 수의사들에 대한 처우가 그 리 좋지 않기 때문에 매년 10% 이상의 수의사가 업계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. 인력 공급이 부족 한데 반려동물 수는 점점 많아지고 수요가 증가 하다 보니 수의사 인력난이 구조적으로 심화되 고 있다. 실제로 한국에는 반려동물 500마리당 1명의 수의사가 있지만 동남아시아에는 반려 동물 5500마리당 1명의 수의사가 있다. 수의사 1인당 10배나 많은 반려동물을 돌봐야 한다는 얘기다. 코로나 이전에도 반려동물 보호자가 간 단한 진료를 위해 최소 1주일 이상 예약을 기다 리는 일이 많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예약을 하 더라도 병원에서 2∼3시간 이상 기다리는 게 당 연한 풍경이 됐다.
하지만 반려동물 시장의 고성장에 가려져 사 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은 지난 10년간 동남아시 아에서 수의사 부족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 다는 점이다. 동남아 수의사들에 대한 처우가 그 리 좋지 않기 때문에 매년 10% 이상의 수의사가 업계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. 인력 공급이 부족 한데 반려동물 수는 점점 많아지고 수요가 증가 하다 보니 수의사 인력난이 구조적으로 심화되 고 있다. 실제로 한국에는 반려동물 500마리당 1명의 수의사가 있지만 동남아시아에는 반려 동물 5500마리당 1명의 수의사가 있다. 수의사 1인당 10배나 많은 반려동물을 돌봐야 한다는 얘기다. 코로나 이전에도 반려동물 보호자가 간 단한 진료를 위해 소 1주일 이상 예약을 기다 리는 일이 많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예약을 하 더라도 병원에서 2∼3시간 이상 기다리는 게 당 연한 풍경이 됐다.
또한 줌벳은 실력 있는 수의사들을 충분히 확 보하기 위해서 은퇴를 했더라도 파트타임으로 일하고자 하는 수의사를 플랫폼에 모으고 있다. 꼭 풀타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근로 형태를 보 장하면서 인력 풀을 확보하고 24시간, 주 7일 서 비스를 운영한다. 수의사들 중에서도 굳이 대규 모 자본을 투자해 개업하고 직원들을 고용하는 것보다 편한 시간대에 진료와 처방을 하고 쉬기 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. 그렇기 때문에 줌벳이 보험 처리, 과금, 의약품 조제실 제공, 약 배송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를 대행해 주면 수의사들 입장에서는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. 줌벳에서 일하고 있는 수의사 숫자가 매년 2배씩 성장하 는 이유다.
줌벳 서비스의 핵심은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반려동물 주인들이 따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즉시 진단을 받고 간단한 증상을 적시에 치료해 병을 더 키우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. 이 는 주인만이 아니라 낯선 환경인 동물병원에 가 기를 꺼리는 반려동물들에게도 좋을 수 있다. 동 물병원에만 가면 스트레스로 이상 행동을 보이 는 반려동물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집에서 편하게 진단을 받는 게 오히려 정확도를 높여줄 수도 있다.
‘사람’ 원격진료 플랫폼 CEO 출신의 창업
줌벳의 공동 창업자이자 C E O인 아티나 (Athena Lee)는 미국 카네기멜론대를 졸업하 고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에서 근무하다가 동 남아에서 가장 큰, 사람 대상 원격진료 플랫폼인 닥터애니웨어(Doctor Anywhere)사의 CEO 로 근무했다. 닥터애니웨어는 싱가포르를 시작 으로 현재 말레이시아, 태국, 베트남과 필리핀 에 150만 유저와 2800여 명의 의사를 보유한 회 사로 성장했으며 싱가포르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200억 원 정도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.
아티나는 바쁜 사업 때문에 자기 반려묘의 요 로감염을 6개월 동안 방치했고 그로 인해 간단 하게 진료받고 치료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. 또 다른 줌벳의 창업자이자 싱가포르 대형 병원 출신 의사인 그레이스(Grace Su) 역시 본인의 긴 근무시간으로 인해 노령묘가 적절한 보살핌 을 받기가 어렵다는 문제에 착안해 해결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. 이렇게 같은 경험을 공유한 두 사람은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. 그리고 닥터 애니웨어에서 원격진료/진단 솔루션을 개발, 운 영해 본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의 반려 동물과 주인들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진료 사업 을 창업했다.
헬스케어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
줌벳 경영진은 초기에 코로나19 상황과 마켓 니즈에 대한 대응으로 수의사 및 디지털 약국과 영상 진료를 할 수 있는 원격진료 솔루션을 만드 는 데 집중했다. 토털 헬스케어 디지털 플랫폼 을 겨냥해 진료, 치료 및 처방, 정기 점검 등의 절 차를 모바일과 웹으로 연결했고, 진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데 주력했 다. 이를 위해 24시간 원격진료 운영, 진단 키트 활용, 지속적인 모니터링, 맞춤형 약품 개발 등 의 서비스를 갖추고 동남아 최대 반려동물 의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.
이처럼 헬스케어 부문은 팬데믹 기간 동안 줌 벳 비즈니스 확장의 핵심적인 축이었다. 하지만 창업자들은 단순히 진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훈련 및 식이요법,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포함하 는 웰니스, 라이프스타일 또한 중요한 축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됐다.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 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사람의 건강과 마찬가지 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높이 려는 수요가 시장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. 주인 들은 반려동물을 위해 더 나은 식단을 짜는 등 기 꺼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있 었다.
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욕구 는 있지만 아직까지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반려 동물 관리에 대한 지식은 현저히 부족했다. 이 에 줌벳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시장을 제대 로 구축하려면 교육 및 인식 제고가 함께 이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. 그리고 이런 교육을 위 한 장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 하기 위해 매우 현지화된 접근 방식을 취했다. 온라인에서 방문 진단, 사료, 장난감 등 전반적 인 반려동물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이커머 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과 별개로 다양한 이벤 트 및 체험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인 ‘줌하우스 (ZumHaus)’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커뮤 니티 구축 노력의 일환이다. 이 줌하우스는 반려 동물 훈련 프로그램이나 그루밍 서비스 등 다양 한 유형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확대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. 이런 노력 의 결과 줌벳은 현재 재방문율이 50% 이상인 서 비스로 입지를 다진 상태다.
줌벳은 창업 후 3년간 120여 개 이상의 구글 리뷰가 올라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. 고객 만족 도도 평균 5점에 4.9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 하고 있다.
글로벌 서비스 확장과 향후 전망
디지털 원격 서비스의 장점 중 하나는 물리적 인 거리와 국경에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. 이 덕 분에 인도네시아, 필리핀을 넘어 미국에서도 매 달 신규 고객과 신규 수의사가 줌벳 플랫폼에 유 입되고 있다. 반려동물의 신속 진단과 약 배송 등 서비스의 매력도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. 또한 교통 정체가 심한 자카르타나 마닐라 등 동 남아 대도시에서 원격진료의 인기가 높다고 한 다. 동물병원에 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게
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. 이에 따라 줌벳은 2022년 말 자카르타와 마닐라에 현지 법 인과 직원을 고용하고 적극적으로 운영을 확대 할 예정이다. 또한 수의사가 부족하고 인력난이 존재하는 미국에서도 내년에 서부와 남부를 중 심으로 팀을 구축해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계획 이다.
앞으로 5년 후 줌벳은 글로벌 반려동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몇 가지 큰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. 1) 오프라인 동물 병원 진단/진료 방식의 분산화와 디지털화를 통 한 기록 관리 및 처방 시스템 개선 2) 빅데이터에 기반한 수의학적 진단, 관리, 감독 강화 3) 반려 동물 헬스케어의 맞춤형 서비스 확장과 프리미 엄화 등이 그 사례다. 반려동물을 기르고, 이들 의 건강과 삶의 질 관리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커질 것이다. 줌벳 같은 플랫폼이 다양 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반려동물과 더불어 사는 가정들의 행복을 증진시켜 줄 수 있을지 앞으로 의 행보가 주목된다.